| 지난 2023년 <Digiology>, 2024년 <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며> 등의 개인전을 통해 사진 회화란 우리에겐 다소 낯설지만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선보이며 큰 화제를 몰고 온 바 있는 사진작가 김수진 씨가 세 번째 개인전을 통해 새롭게 진화한 사진 회화 작품을 선보인다.
28일(토)∼7월 5일(토)까지 인천 프로젝트룸 신포(Project Room SINPO)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에서 김수진 작가는 ‘뒤샹 큰 유리와 아비뇽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등 18점의 아방가르드(전위적)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너는 나를 나에게-김수진의 픽셀적 전이와 사진적인 것의 파편들>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프랑스의 미술가로 ‘현대 미술의 아버지’로 불린다)의 마지막 회화라 할 수 있는 Tu m'(너는 나를 나에게)의 제목을 차용함으로써, 단순한 오마주(hommage, 다른 작가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이를 인용하는 일)를 뛰어넘어 뒤샹이 탐구했던 '사진적인 것(the photographic)'의 계보를 디지털 환경 속에서 다시 쓰며 그 가능성을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김수진 작가는 인터넷에 유통되는 뒤샹의 작업 이미지를 수집해 자신이 고안한 알고리즘에 기반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이를 자동적으로 변형시킨다. 이 알고리즘은 픽셀(화소) 단위에서 미묘하면서도 반복적인 패턴을 생성해 이미지를 추상적으로 보이게 하면서도 그 안에 원본의 흔적이 희미하게 남도록 구성한다.
김수진의 작업은 이처럼 픽셀화와 기계적 변형이란 기술적 과정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동시에 예술사에 대한 정교한 비판적 시선을 담아낸다. 예를 들면 뒤샹의 여성 신체가 탈인격화된 기계 장치로 제시되며 미끄러지는 시선의 대상이 되는 반면, 김수진은 그 장면을 역전시켜 신체의 내부를 드러냄으로써 아름다움과 혐오, 유혹과 거부의 경계를 해체한다.
미술평론가 이영욱 상명대 포토아카데미 강사는 “<너는 나를 나에게>란 제목은 단지 뒤샹의 언어적 유희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와 자아, 과거와 현재, 예술과 기술 사이의 역설적인 자기 지시를 구성한다. 김수진의 사진 회화는 재현의 불가능성과 의미 생성의 불일치를 미학적으로 증폭시켜 이제 '무엇을 보여주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그로 인해 가시화되는가?'를 질문한다”고 평했다.
김수진 작가는 “수많은 밤을 새우며 작업을 하는 과정 속에서 픽셀이란 디지털 입자 속에서 사진인 것의 존재론을 다시금 묻게 되지 않을 수 없다. 스스로에 대한 그 질문 속에서 사진이 무엇이었는가가 아니라 사진이 지금 어떻게 우리를 구성하는가를 사유하게 된다”고 말했다.
강렬하고 멋진 상상력을 통해 재탄생한 김수진 작가의 세 번째 사진 회화전은 ‘과연 인간의 상상력의 끝은 어디까지일까?’란 화두를 던지며 작가의 다음 작업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김수진 사진 회화전 <너를 나를 나에게>는 오는 7월 5일까지 인천 프로젝트룸 신포 갤러리에서 계속된다.
※ 김수진 작가는 다수의 공모전과 그룹전 출품 그리고 2022년 동강국제사진제 ‘Grow up’ 섹션에 참여한 이후, 2023년 <Digiology>, 2024년 < 상상력에 경의를 표하며> 등의 개인전을 통해 꾸준히 작품 세계를 확장해왔다. 특히 서울 충무로에 있는 갤러리 브레송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사진정신(Foto Geist)’에서 활동하면서, 오는 8월 ‘Memory’를 주제로 한 사진전을 준비 중이다. |
